- 거실 한 면을 채운 큰 창을 위해, 나머지를 베이지 포세린 타일과 흰 벽으로 비웠습니다. 채우는 집이 아니라, 창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집입니다.
- 우물천장 간접조명으로 낮엔 창이, 밤엔 띠 조명이 거실을 번갈아 밝히도록 설계했습니다.
- 욕실은 베이지 스톤 한 가지로 통일하고, 벽걸이 세면대로 바닥을 비워 좁은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고층 창문 너비만 3미터가 넘었습니다. 잠실 레이크펠리스, 30평대였는데요. 집을 처음 봤을 때 제 눈이 가장 먼저 멈춘 곳은 가구도 벽도 아니었습니다. 거실 한쪽 면을 통째로 채운 그 큰 창이었어요.
이만한 창이 있는 집은, 솔직히 설계가 절반은 정해진 셈입니다.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이 집은 무언가를 채워 넣는 집이 아니라,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위해 나머지를 비워주는 집이라고.
거실은, 빛이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실은 덜어내는 쪽으로 갔습니다. 바닥은 따뜻한 베이지 톤의 큰 포세린 타일 한 가지로 깔았고요. 벽과 천장은 흰색으로 비웠습니다. 색을 많이 쓰면 빛이 흩어집니다. 면이 단정해야 창으로 들어온 빛이 바닥을 타고 끝까지 갑니다.
천장은 가운데를 한 단 내린 우물천장으로 잡고, 그 둘레로 간접조명을 돌렸어요. 낮엔 창이, 밤엔 이 띠 조명이 거실을 밝히도록. 가운데엔 날개가 얇은 화이트 실링팬 하나. 천장 매입형 시스템 에어컨은 흰 천장에 묻었습니다. 거실에 들어섰을 때 시선이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창까지 곧장 가도록. 그게 이 집의 규칙이었습니다.
큰 창이 있는 집, 그래서 더 조심한 것
레이크펠리스는 석촌호수를 낀 단지죠. 고층이면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이 집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다만 큰 창은 양날입니다. 풍경을 주는 대신, 여름엔 열을, 겨울엔 결로를 함께 들이거든요.
그래서 창이 큰 집일수록 마감보다 먼저 봐야 하는 게 창호 주변 단열입니다. 발코니를 확장한 집이라면 더 그렇고요. 확장으로 생긴 면이 바깥과 바로 맞닿는 만큼, 그 자리 단열과 결로 차단을 마감 전에 잡아두지 않으면 아무리 예쁜 창도 겨울이면 물이 맺힙니다. 창이 좋아서 산 집인데, 그 창 옆에서 곰팡이가 피면 가장 속상한 일이니까요.
욕실은 차분한 스톤 톤으로
욕실은 거실과 같은 정서로 묶었습니다. 베이지 스톤 톤의 큰 타일을 벽과 바닥에 둘러, 면을 시원하게 비웠어요. 거울 뒤로는 간접조명을 숨겼습니다. 천장 매입등 하나에만 의지하지 않고, 거울 위아래로 빛이 은은하게 번지게요.
세면대는 다리 없이 벽에 붙인 벽걸이형으로, 아래 바닥을 비워 좁은 욕실이 답답해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매입 휴지걸이까지 — 손이 닿는 자리마다 군더더기를 줄였습니다.
진짜는, 타일 뒤에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전체 인테리어에서 큰돈이 갈리는 곳은, 정작 사진에 잘 안 나오는 곳이거든요. 저 스톤 톤 타일이 1년 뒤에도 들뜨지 않으려면, 타일을 붙이기 전 방수가 제대로 잡혀 있어야 합니다. 벽걸이 세면대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벽 속에 보강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요.
이런 건 다 끝나고 나면 하나도 안 보입니다. 그래서 전체 시공은, 마감을 올리기 전이 더 중요합니다. 욕실 방수, 단열, 오래된 배관 — 보이지 않는 이 공정에서 집의 수명이 갈리거든요. 전체 시공의 격은, 마감이 아니라 그 아래 방수와 단열에서 갈립니다.
들어서는 길목, 현관 하나
이 집에서 제가 좋아하는 장면은 의외로 현관이었습니다. 진한 월넛 톤의 중문 틀에, 세로로 골이 진 유리를 끼웠어요. 빛은 통과시키되 안은 가려주는 유리입니다.
이 어두운 나무 틀을 지나면, 흰 벽과 밝은 바닥의 거실이 한 번에 펼쳐집니다. 어두운 데서 밝은 데로. 그 한 박자의 대비가, 들어오는 사람에게 "집에 왔다"는 감각을 줍니다.
이 집에서 끝까지 고민했던 것
사실 이만한 창이 있는 집에서 가장 어려운 건, 무엇을 더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끝까지 비워둘지였습니다. 큰 창 앞은 보통 가장 좋은 자리라, 소파든 수납이든 뭔가를 놓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창 앞을 채우는 순간, 정작 그 집의 가장 큰 자산인 빛과 풍경이 가구 뒤로 밀립니다.
그래서 거실은 채우는 대신 덜어내는 쪽으로 갔고, 우물천장과 간접조명도 시선을 끌어당기는 장치가 아니라 창으로 가는 길을 비워주는 역할까지만 맡겼습니다. 화려한 조명 한 점을 포기한 대신, 낮의 창과 밤의 띠 조명이 번갈아 주인공이 되는 거실을 얻은 셈이죠.
비움은 사실 채움보다 어렵습니다. 무엇을 안 할지를 정하는 게, 이 집에서 가장 오래 붙들었던 고민이었습니다.
- Q. 잠실 레이크펠리스 같은 30평대 전체 인테리어는 어디까지 하나요?
- 철거부터 단열·방수·배관 같은 기초 공정과 목공·도장·타일·조명 마감까지, 통으로 진행합니다. 부분 수리가 아니라 집 전체를 다시 짜는 작업입니다.
- Q. 창이 큰 고층 집은 결로가 걱정되는데, 괜찮나요?
- 큰 창은 그 자체로 결로 위험이 큰 게 맞습니다. 그래서 마감보다 창호 주변 단열을 먼저 봐야 합니다. 특히 발코니를 확장한 면은 바깥과 바로 맞닿는 만큼, 그 자리 단열과 결로 차단을 마감 전에 잡아두는 게 순서입니다. 이 집도 그 순서로 잡았습니다.
- Q. 살면서 시공이 가능한가요?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 전체 인테리어는 보통 집을 비우고 진행합니다. 부분 수리가 아니라 통으로 진행하면 보통 8주에서 10주가 걸리고요. 집 전체를 다시 짜는 일이라, 그동안은 이사를 비우고 진행하는 편이 서로 편합니다.
이 집이 이렇게 정리되기까지, 정해진 정답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 큰 창에 맞는 답을 찾았을 뿐이에요.
혹시 지금 사시는 집에 좋은 창이 있는데도 어딘가 그 창이 안 살아난다고 느끼신다면. 벽 하나, 천장 한 단만 다시 봐도 빛은 꽤 달라집니다.
급히 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현장 사진들 더 보시고, '여기다' 싶으실 때 한 번 이야기 나눠도 늦지 않습니다.
집 사진 몇 장만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어디부터 손대면 좋을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 먼저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