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평대 거실 벽을 가구로 채우는 대신 안으로 파내어 매립 선반을 넣었습니다 — 동선이 막히지 않고 여백이 살아났습니다.
- 크림 톤 하나로 거실·주방·방·복도까지 끌고 가되, 간접조명과 거울로 차가워지지 않게 잡았습니다.
- 전체 시공의 격은 마감이 아니라 타일 아래 방수·단열·배관, 보이지 않는 공정에서 갈립니다.
벽 색을 몇 개나 쓸까. 이 집에선, 사실상 하나였습니다.
성동구 옥수동 삼성아파트, 40평대였는데요. 40평이 넘는 집을 흰색에 가까운 톤 하나로 끌고 가는 건, 생각보다 모험입니다. 자칫 병원처럼 차가워지거든요.
그런데 이 집은 그 반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차가워 보이지 않게, 그러면서도 한 톤으로 끝까지.
거실 벽을 채우지 않고, 파냈습니다
40평대 거실은 넓어서 좋지만, 그만큼 벽이 휑하게 비어 보이기 쉽습니다. 대부분은 여기에 장식장을 세웁니다. 벽 앞으로 가구가 튀어나오죠.
저는 반대로 갔습니다. 가구를 세우는 대신, 벽을 안으로 파냈어요.
소파 맞은편 벽 한가운데에 직사각형으로 매립 선반을 짜 넣었습니다. 벽 면에서 튀어나오지 않고, 안으로 쏙 들어간 자리입니다. 물건을 올려도 거실 동선엔 아무것도 걸리지 않습니다. 넓은 바닥은 그대로 넓게 비워둔 거죠.
매립 선반은 단순해 보이지만, 벽을 안으로 파내는 작업이라 사실 가구를 세우는 것보다 손이 많이 갑니다. 벽 두께와 그 뒤 사정을 먼저 봐야 하거든요. 그래도 이 집엔 이게 맞았습니다. 가구가 한 점도 튀어나오지 않는 거실, 그게 40평대의 여백을 가장 크게 살리는 길이었어요.
천장엔 나무 날개 실링팬 하나. 흰 천장 한가운데서 그것만 색을 가졌습니다.
흰색 하나로, 주방까지 밀고 갔습니다
주방은 거실과 한 몸으로 트여 있습니다. 그래서 색을 따로 주면 공간이 둘로 쪼개져 보입니다. 그래서 주방장도 흰색 무손잡이로, 거실과 같은 결로 맞췄습니다.
상부장·하부장·키큰장 전부 손잡이를 없앴어요. 면을 손가락으로 눌러 여는 방식이라, 정면에서 보면 그냥 매끈한 흰 면 하나입니다. 상판은 흰 바탕에 옅은 결이 흐르는 스톤 톤으로 깔았고요. 한쪽 벽엔 베이지 스톤 타일을 둘러, 흰색만으로 심심해지지 않게 잡았습니다.
주방은 한쪽 벽을 따라 조리대를 길게 빼고, 그 앞에 같은 흰 상판의 긴 아일랜드를 나란히 세운 구조입니다. 두 줄 사이가 통로가 되니, 두 사람이 같이 서도 동선이 부딪히지 않습니다. 아일랜드 끝은 그대로 식탁으로 이어지고, 나무 의자 몇 개만 색을 가졌습니다. 흰 면이 길게 흐르다, 식탁 자리에서 나무로 한 번 숨을 쉬는 셈입니다.
복도와 방 — 거울과 벽 안 수납
현관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복도도 같은 규칙입니다. 한쪽 벽을 거울 슬라이딩장으로 채워, 좁고 긴 복도가 두 배로 넓어 보이게 했어요. 좁은 복도에서 거울은 사치가 아니라 계산입니다.
침실도 거실과 같은 생각으로 풀었습니다. 붙박이장은 천장까지 닿는 흰색 무손잡이로 한쪽 벽을 통째로 채웠습니다. 문도 서랍도 전부 흰 면이라, 벽인지 장인지 한눈엔 구분이 안 됩니다.
다른 방엔 벽 한쪽을 파서 오픈 선반을 짰습니다. 거실 매립 선반과 같은 손맛입니다. 방마다 가구를 줄이고, 그 수납을 벽 속으로 밀어 넣은 거죠. 그래야 40평대가 평수만큼 넓게 느껴집니다.
바닥은 전체를 밝은 톤 타일 한 종류로 깔아, 방을 옮겨도 시선이 끊기지 않게 이었습니다.
욕실 — 스톤 타일과 간접조명 거울
욕실은 베이지 스톤 질감의 타일로 감쌌습니다. 벽도 바닥도 같은 돌 느낌으로요. 세면대 위엔 오벌 거울을 걸고, 테두리 뒤로 빛이 번지는 간접등을 넣었습니다. 둥근 빛이 돌벽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죠.
샤워 자리엔 유리 파티션을 세웠습니다. 같은 타일 톤이 이어지니 공간이 잘려 보이지 않고, 욕실 전체가 한 덩어리로 넓어 보입니다.
진짜는, 벽 뒤에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전체 리모델링에서 큰돈이 갈리는 곳은, 사실 사진에 안 나오는 곳이거든요.
욕실을 예로 들면요. 베이지 스톤 타일에 매립 선반, 벽을 타고 번지는 간접등이 둘러진 오벌 거울까지 — 호텔처럼 보이게 만드는 건 마감입니다. 하지만 그 타일이 몇 해 뒤에도 들뜨지 않으려면, 타일을 붙이기 전 바닥과 벽의 방수가 제대로 잡혀 있어야 합니다. 저 간접등 하나도, 천장과 벽을 뜯어 배선 자리를 미리 만들어 둬야 저렇게 매끈하게 숨습니다.
이런 건 다 끝나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체 시공은, 마감을 올리기 전이 더 중요합니다. 욕실 방수, 단열, 오래된 배관 — 보이지 않는 이 공정에서 집의 수명이 갈리거든요. 전체 시공의 격은, 마감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갈립니다.
이 집에서 끝까지 고민했던 것
사실 벽을 파서 선반을 넣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장식장 하나를 세우면 반나절이면 끝나고, 마음에 안 들면 옮기면 그만입니다. 벽을 파내면 되돌릴 수가 없어요. 손도 몇 배로 가고요.
그럼에도 파내는 쪽으로 간 건, 이 집의 거실이 '물건을 두는 방'이 아니라 '비워서 넓은 방'이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가구가 한 점이라도 앞으로 튀어나오는 순간, 40평대의 여백은 그만큼 줄어드니까요.
무엇을 세우고 무엇을 벽 안으로 숨길지. 그 선을 어디에 그을지가, 이 집에서 가장 오래 붙들었던 고민이었습니다.
- Q. 40평대 전체 리모델링은 어디까지 하나요?
- 철거부터 단열·방수·배관 같은 기초 공정과 목공·도장·마루·조명 마감까지, 통으로 진행합니다. 부분 수리가 아니라 집 전체를 다시 짭니다.
- Q. 흰색 한 톤으로 넓은 집을 꾸미면 차갑지 않나요?
- 색을 한 톤으로 줄이되, 바탕을 차가운 순백이 아니라 살짝 따뜻한 크림 쪽으로 잡고 간접조명을 더하면 차가움이 잡힙니다. 이 옥수동 현장이 그 예입니다.
- Q. 거실 벽을 파서 선반을 만드는 건 아무 벽이나 되나요?
- 아닙니다. 벽 뒤에 배관이나 내력 구조가 있으면 깊이를 함부로 팔 수 없습니다. 매립 선반은 시공 전에 벽 두께와 그 뒤 사정을 먼저 확인하고, 팔 수 있는 벽에만 넣습니다.
- Q. 40평대 전체 리모델링은 얼마나 걸리나요?
- 부분 수리가 아니라 통으로 진행하면, 보통 8주에서 10주가 걸립니다. 집 전체를 다시 짜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개 이사를 비우고 진행하고요.
이 집이 이렇게 정리되기까지, 정답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 집에 맞는 답을 찾았을 뿐이에요.
혹시 지금 사시는 40평대가, 넓은데도 어딘가 휑하고 정신없게 느껴지신다면. 색을 더하기보다 덜어내고, 가구 하나를 벽 안으로 밀어 넣는 것만으로도 집은 꽤 달라집니다.
급히 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현장 사진들 더 보시고, '여기다' 싶으실 때 한 번 이야기 나눠도 늦지 않습니다.
집 사진 몇 장만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어디부터 손대면 좋을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 먼저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