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 없는 방과 옆방 사이에 회색 프레임 실내 유리창을 내, 벽 하나로 막혀 있던 빛을 통과시켰습니다.
- 거실엔 곡선 우물천장과 간접조명을 돌리고, 주방은 크림 무광 수납장으로 면을 닫았습니다.
- 집 전체를 화이트와 오크로 차분하게 누르되, 딱 한 면에만 초록 식물 벽지를 들였습니다.
집을 다 보고 나오는데, 안쪽 방 하나가 끝까지 어두웠습니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30평대였는데요. 다른 데는 다 빛이 드는데 그 방만 깜깜했어요.
창이 없는 방이었거든요.
보통은 그냥 조명을 더 답니다. 그런데 저는 거기서 벽을 의심했습니다.
옆방에는 창이 있는데. 그 사이를 막고 있는 게 벽 하나뿐이라면.
벽을 막지 않고, 유리창을 냈습니다
방과 방 사이에 회색 프레임의 실내 유리창을 두 짝 짜 넣었습니다.
창 너머는 드레스룸입니다. 그쪽 빛이 유리를 통과해 안쪽 방까지 들어오게 했어요.
벽을 완전히 트면 사생활이 사라집니다. 그대로 두면 빛이 막히고요.
그래서 그 중간을 골랐습니다. 빛은 통과시키되, 면은 남기는 쪽으로요.
이 집의 핵심은, 처음부터 이 '빛이 안 닿는 방'이었습니다.
밤이 되면 반대가 됩니다. 안쪽에서 켠 불이 유리를 통해 옆으로 새어 나가요.
서로 빛을 빌려주는 두 방이 된 셈입니다.
거실은 곡선 하나로 잡았습니다
거실 천장 가운데를 둥글게 우물처럼 파고, 그 둘레로 간접조명을 돌렸습니다.
각진 30평대 거실에 곡선이 하나 들어가면, 공간이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바닥은 밝은 베이지 타일로 통으로 깔았어요. 마루가 아니라 타일입니다.
벽과 천장은 흰색, 한쪽으로는 검정 레일 조명을 길게 한 줄. 부드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직선을 일부러 같이 뒀습니다.
거실 끝은 주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 사이는 흰색 슬라이딩 도어로 막거나 열 수 있게 했습니다.
주방은 크림 톤으로, 면을 다 닫았습니다
주방은 크림색 무광 도어로 천장까지 올려 짰습니다. 손잡이는 최대한 숨겼고요.
상판은 회색이 도는 베이지 스톤으로 골랐습니다. ㄷ자로 도는 조리대 가운데에 아일랜드를 하나 더 뒀어요.
상부장 아래에는 조명 띠를 숨겨서, 밤에 조리대만 따로 밝아지게 했습니다.
색을 크림 하나로 묶으니, 넓은 주방인데도 어수선하지 않게 정리됐습니다.
한 면만, 초록을 들였습니다
집 전체가 화이트와 오크, 베이지로 차분한데. 딱 한 군데, 초록을 넣었습니다.
야자수 잎이 그려진 청록색 벽지입니다. 문도 같은 결의 연한 세이지 그린으로 맞췄어요.
집 전체를 이렇게 칠하면 무겁습니다. 그런데 한 면, 문 하나에만 쓰면 그게 포인트가 됩니다.
들어설 때 한 번 시선이 멈추는 자리. 그 한 곳을 만들어 두는 거죠.
침실과 드레스룸은 오크와 화이트로
안방 쪽은 다시 차분하게 돌아옵니다.
붙박이장은 흰색으로 천장까지, 손잡이는 작은 골드 노브 하나만 달았습니다.
드레스룸은 문을 열면 안이 밝은 오크입니다. 행거와 선반, 서랍을 층층이 짜 넣었고요.
겉은 흰 면으로 닫고, 열면 따뜻한 나무. 닫혀 있을 땐 벽처럼 조용하다가, 문을 열면 결이 드러납니다.
진짜는, 타일 뒤에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전체 리모델링에서 큰돈이 갈리는 곳은, 사실 사진에 잘 안 나오는 곳이거든요.
욕실을 예로 들면요. 회색이 도는 스톤 타일을 벽과 천장까지 둘렀고, 흰 욕조에 브러시드 니켈 샤워 수전을 달았습니다.
거울 옆엔 세로로 긴 조명 띠, 모서리엔 유리 선반. 호텔 욕실처럼 보이는 건 다 마감입니다.
하지만 그 타일이 몇 년 뒤에도 안 들뜨려면, 붙이기 전 방수가 제대로 잡혀 있어야 합니다.
벽걸이 수전과 선반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타일 뒤 벽 속에 보강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요.
이런 건 다 끝나고 나면 하나도 안 보입니다. 그래서 전체 시공은, 마감을 올리기 전이 더 중요합니다. 욕실 방수, 단열, 오래된 배관 — 보이지 않는 이 공정에서 집의 수명이 갈리거든요. 전체 시공의 격은, 마감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갈립니다.
이 집에서 끝까지 고민했던 것
사실 방과 방 사이에 유리창을 내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벽을 그대로 두면 사생활은 확실합니다. 안쪽 방이 어두운 채로 남는 대신,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으니까요. 가장 안전한 선택이죠.
그럼에도 유리를 낸 건, 이 집에서 끝까지 어두웠던 그 방을 끝내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벽을 완전히 트지는 않았어요. 두 짝짜리 창으로 면은 남기고 빛만 통과시켜서, 잃는 사생활은 줄이고 얻는 빛은 챙겼습니다.
무엇을 막고 무엇을 통과시킬지. 그 선을 어디에 그을지가, 이 집에서 가장 오래 붙들었던 고민이었습니다. 집 전체를 차분하게 누르고 딱 한 면에만 초록을 들인 것도, 결국 같은 고민의 다른 답이었고요.
- Q. 잠실 리센츠 같은 구축 30평대도 전체 리모델링이 되나요?
- 됩니다. 철거부터 단열·방수·배관 같은 기초 공정과 목공·도장·타일·조명 마감까지 통으로 진행합니다. 부분 수리가 아니라 집 전체를 다시 짭니다.
- Q. 창 없는 방에 실내 유리창을 내면 정말 밝아지나요?
- 옆방에 창이 있다면, 그 빛을 유리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 이 집이 그 예입니다. 다만 모든 집에서 되는 건 아니고, 옆방 채광과 벽 구조를 먼저 봐야 합니다.
- Q. 집 전체에 색을 쓰면 촌스러워질까 걱정됩니다.
- 그래서 이 집은 화이트와 오크로 바탕을 잡고, 초록은 딱 한 면에만 썼습니다. 색은 전체에 풀면 무겁고, 한 곳에 모으면 포인트가 됩니다.
- Q. 30평대 전체 리모델링은 얼마나 걸리나요?
- 부분 수리가 아니라 통으로 진행하면, 보통 8주에서 10주가 걸립니다. 집 전체를 다시 짜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개 이사를 비우고 진행하고요.
이 집이 이렇게 정리되기까지, 정답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 집에 맞는 답을 찾았을 뿐이에요. 어두운 방엔 창을, 넓은 거실엔 곡선 하나를.
혹시 지금 사시는 30평대에, 늘 어둡고 답답한 방 하나가 있으시다면. 조명을 더 달기 전에 벽 한 장을 먼저 의심해 봐도 좋습니다.
급히 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현장 사진들 더 보시고, '여기다' 싶으실 때 한 번 이야기 나눠도 늦지 않습니다.
집 사진 몇 장만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어디부터 손대면 좋을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 먼저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