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실 TV 벽 한 면만 회색 스톤 질감으로 마감하고, 나머지는 흰색과 오크로 끝까지 비웠습니다.
- 현관엔 라운드 LED 거울장, 주방은 ㄷ자 아일랜드에 크롬 후드 — 생활 동선에 작은 사치를 하나씩 심었습니다.
- 전체 시공의 격은 마감이 아니라, 타일·마루 아래 방수·단열·배관 같은 보이지 않는 공정에서 갈립니다.
색을 딱 세 개만 쓰기로 했습니다.
송파구 잠실, 잠실엘스 30평대였는데요.
흰색, 따뜻한 오크, 그리고 회색 한 면. 이 집은 이 세 가지로만 끝냈습니다.
30평대에서 색을 네 개, 다섯 개 풀면 어떻게 되는지 저는 많이 봤거든요. 면이 서로 싸우기 시작합니다. 넓어 보여야 할 집이 오히려 조각조각 잘려 보여요.
그래서 거꾸로 갔습니다. 뺄 수 있는 색은 다 뺐고요. 남길 건 딱 세 개, 그 안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습니다.
이 집의 핵심은, 거실 한 면이었습니다
거실에서 제일 먼저 정한 건 TV가 걸릴 벽이었습니다.
여기를 흰색으로 두면, 그냥 무난한 집이 됩니다. 나쁘진 않은데, 기억에 남지도 않아요.
그래서 이 한 면만 회색 스톤 질감으로 마감했습니다. 결이 세로로 흐르는 큰 판이라, 가까이서 보면 돌의 무늬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천장 끝을 한 단 내려서, 그 안쪽에 매입등을 심었습니다.
빛이 위에서 벽을 타고 흘러내리게요. 낮엔 무늬가 보이고, 밤엔 빛이 벽을 쓸어내립니다.
회색 한 면이 전부였는데, 거실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 집의 답은 처음부터 이 벽이었습니다.
흰색과 오크로, 나머지는 비웠습니다
회색은 딱 거실 한 면에서 멈췄습니다.
나머지 벽과 천장은 전부 흰색, 바닥은 따뜻한 오크 마루 한 톤. 거실에서 주방까지 마루를 끊지 않고 같은 결로 깔아, 동선이 한 호흡으로 이어지게 했습니다.
주방은 ㄷ자로 짰습니다.
가운데 아일랜드에 인덕션을 얹고, 그 위로 원통형 크롬 후드를 내렸어요. 상판은 흰색 한 톤이라, 후드의 은빛만 딱 떠 보입니다.
싱크볼은 상판 아래로 매입했습니다. 상판 위에 턱이 없으니, 행주로 물을 한 번에 쓸어 담을 수 있어요. 매일 쓰는 곳이라, 이런 한 끗이 사는 동안 계속 티가 납니다.
손잡이는 전부 없앴습니다. 문을 눌러서 여는 방식이라, 면이 깔끔하게 떨어져요.
현관에 거울 하나, 이 집의 작은 사치
이 집에서 제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사실 따로 있습니다.
현관 한쪽 벽을 파서, 수납장 가운데에 라운드 거울을 앉혔어요.
거울 둘레로 빛이 은은하게 도는 LED 거울입니다. 위엔 손잡이 없는 수납장, 아래엔 서랍 세 칸. 나갈 때 옷매무새 한 번 보고, 열쇠랑 잔잔한 물건은 서랍에 넣고.
기능은 수납인데, 보이는 건 작은 사치 한 점입니다.
30평대에서 이런 자리 하나를 만들어두면, 매일 드나드는 현관이 조금 특별해집니다.
욕실은, 베이지 스톤으로 차분하게
욕실은 베이지 톤 스톤 타일로 벽과 바닥을 맞췄습니다.
흰색 욕조를 벽에 붙여 짜고, 크롬 샤워 기둥과 유리 파티션으로 물 쓰는 자리를 나눴어요. 좁은 욕실일수록 유리로 나누면 답답하지 않습니다.
거울장은 안쪽까지 짰습니다. 선반을 층층이 넣고, 드라이어 거치 자리까지 만들어서요. 보이는 데는 깔끔하게, 문 안쪽은 빽빽하게 — 욕실 수납은 늘 이 싸움입니다.
천장은 둘레를 한 단 띄워 간접등을 돌렸습니다. 직부등 하나로 환한 욕실 말고, 빛이 둘레에서 번지는 욕실로요.
진짜는, 이 마감들 뒤에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전체 인테리어에서 큰돈이 갈리는 곳은, 사진에 잘 안 잡히는 자리예요.
회색 스톤 벽이 1년 뒤에도 들뜨지 않으려면, 그 벽 바탕이 평평하게 잡혀 있어야 합니다. 욕실 베이지 타일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타일을 붙이기 전 방수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하고요.
침실 창 둘레로 빛을 돌린 간접조명도, 결로가 생기는 창가라면 단열부터 다시 봐야 합니다.
이런 건 다 끝나고 나면 하나도 안 보입니다.
그래서 전체 시공은, 마감을 올리기 전이 더 중요합니다. 욕실 방수, 단열, 오래된 배관 — 보이지 않는 이 공정에서 집의 수명이 갈리거든요. 전체 시공의 격은, 마감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갈립니다.
이 집에서 끝까지 고민했던 것
사실 거실 한 면을 회색으로 가져가는 건, 30평대에선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색을 한 면 넣는 순간, 그 면은 영영 '바꾸기 어려운 면'이 됩니다. 흰 벽이야 나중에 가구 하나로 분위기를 돌릴 수 있지만, 스톤으로 마감한 벽은 그 자체가 집의 성격이 되어버리거든요. 무난함을 버리는 대신, 그 집만의 인상을 얻는 거래입니다.
그래서 회색 한 면에 모든 걸 걸 수 있었던 건, 나머지를 끝까지 비웠기 때문입니다. 색을 세 개로 묶고, 손잡이를 없애고, 마루를 끊지 않고 한 결로 깐 것 — 전부 이 한 면을 위해 길을 터준 결정이었어요.
한 군데에 힘을 주려면, 나머지에선 그만큼 손을 떼야 합니다. 그 선을 어디에 그을지가, 이 집에서 가장 오래 붙들었던 고민이었습니다.
- Q. 잠실 30평대 전체 인테리어는 어디까지 하나요?
- 철거부터 단열·방수·배관 같은 기초 공정과 목공·도장·마루·조명 마감까지, 통으로 진행합니다. 부분 수리가 아니라 집 전체를 다시 짭니다.
- Q. 30평대에 포인트 벽을 하나 넣으면 좁아 보이지 않나요?
- 오히려 반대입니다. 나머지를 흰색으로 비우고 한 면만 색을 주면, 시선이 그 벽에 모이면서 공간에 깊이가 생깁니다. 이 집의 회색 스톤 벽이 그 예입니다.
- Q. 전체 인테리어는 얼마나 걸리나요?
- 부분 수리가 아니라 통으로 진행하면, 보통 8주에서 10주가 걸립니다. 집 전체를 다시 짜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개 이사를 비우고 진행하고요.
집을 흰색으로만 정리하면 안전하긴 합니다.
그런데 이 집은, 회색 한 면과 현관 거울 하나로 '그 집다움'이 생겼어요.
혹시 지금 사시는 30평대가, 깔끔한데도 어딘가 밋밋하게 느껴지신다면. 벽 한 면, 자리 하나만 다시 봐도 집은 꽤 달라집니다.
급히 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현장 사진들 더 보시고, '여기다' 싶으실 때 한 번 이야기 나눠도 늦지 않습니다.
집 사진 몇 장만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어디부터 손대면 좋을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 먼저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