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ior Guide · 고르기 · 07 / 10

'미니멀한 고급스러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스튜디오 결 · 박민규 대표
종로구 평창동 40평대 거실 — 따뜻한 우드 톤 바닥과 단정한 색 마감 | 스튜디오 결
먼저, 한 줄 답
Q. 고급스러운 집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A. 비싼 자재를 많이 넣는 게 아니라, 색과 톤을 줄이는 데서 만들어집니다. 바탕색을 두세 가지로 절제하고 비슷한 톤으로 맞춘 뒤, 포인트는 아주 조금만 줍니다. 고급스러움은 '더하기'가 아니라 '덜어내기'에 가깝습니다.

완성된 집을 보며 "여긴 참 고급스럽다" 하실 때, 그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비싼 자재 써서 그렇겠죠"라고 하십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같은 자재를 써도 어떤 집은 고급스럽고 어떤 집은 산만하거든요.

차이는 자재의 가격이 아니라, 색과 톤을 얼마나 절제했느냐에서 납니다.

이태원 복도 — 아치 천장과 간접조명의 색·빛 마감 | 스튜디오 결
※ 발행 시 보유 현장 실사진으로 교체 예정

고급스러움은 '색을 줄이는' 데서 옵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좋아 보이는 걸 하나씩 다 넣는 겁니다.

마음에 드는 벽 색, 마음에 드는 바닥, 마음에 드는 가구, 마음에 드는 포인트 타일 — 각각은 다 예쁜데 한 공간에 모이면 시끄러워집니다.

고급스러운 공간은 반대입니다. 바탕이 되는 색을 두세 가지로 줄이고, 그 안에서 톤을 맞춥니다.

색이 적을수록 공간은 정돈돼 보이고, 정돈된 공간이 곧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덜어낼수록 비싸 보이는 역설이 여기 있습니다.

톤온톤 — 비슷한 색을 층으로 쌓는 법

'미니멀한 고급스러움'의 핵심 기술이 톤온톤입니다.

전혀 다른 색을 대비시키는 대신, 비슷한 계열의 색을 명도만 달리해 층층이 쌓는 방식입니다. 베이지 위에 더 진한 베이지, 그레이 위에 더 깊은 그레이.

이렇게 하면 단조롭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고, 어디에도 튀는 곳이 없어 시선이 편안하게 흐릅니다. 호텔이나 갤러리가 주는 안정감이 대개 이 원리에서 옵니다.

여기에 나무·돌·패브릭처럼 '질감'을 더하면, 색을 늘리지 않고도 공간에 깊이가 생깁니다. 색은 줄이고 질감으로 풍부하게 — 이게 핵심입니다.

평창동 거실 — 우드 톤으로 깊이를 준 마감 | 스튜디오 결
※ 발행 시 보유 현장 실사진으로 교체 예정

포인트는 '아주 조금'일 때 살아납니다

색을 줄이라고 해서 무채색만 쓰라는 건 아닙니다.

포인트 컬러는 분명 힘이 있습니다. 다만 그 힘은 '적을 때' 나옵니다.

차분한 바탕 안에 포인트가 한두 군데만 있으면 시선이 거기 모이며 공간이 또렷해집니다. 그런데 포인트가 사방에 흩어지면, 그건 더 이상 포인트가 아니라 소음이 됩니다.

쿠션 하나, 조명 하나, 그림 한 점 — 포인트는 바꾸기 쉬운 작은 것에 두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질리면 그것만 바꿔도 분위기가 새로워지거든요.

실제로는 이렇게 정돈됩니다

자재를 잔뜩 골라 오셨다가, 막상 한자리에 펼쳐놓고 보면 색이 너무 많아 덜어내는 작업부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탕을 정하고, 비슷한 톤으로 묶고, 포인트를 한두 개만 남기면 — 같은 예산, 같은 자재인데도 공간이 한결 차분하고 고급스러워집니다.

고급스러움은 무엇을 넣느냐보다, 무엇을 빼느냐에서 완성됩니다.

솔직히, 미니멀이 모두에게 정답은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정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색을 줄인 미니멀이 모든 집, 모든 사람에게 정답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무채색만 쓰면 너무 밋밋하지 않나요?
색을 줄이는 대신 질감(나무·돌·패브릭)으로 깊이를 줍니다. 같은 색이라도 질감이 다르면 단조롭지 않습니다. 여기에 포인트를 한두 개 더하면 충분히 생기가 생깁니다.
Q. 포인트 컬러는 몇 개가 적당한가요?
정해진 숫자는 없지만, 한 공간에 한두 군데로 절제하는 걸 권합니다. 많아지면 포인트의 힘이 사라지고 산만해집니다.
Q. 벽 색을 진하게 하면 좁아 보이지 않나요?
면적과 빛에 따라 다릅니다. 진한 색이 오히려 공간을 차분하고 깊어 보이게 하기도 합니다. 다만 좁고 어두운 방이라면 신중해야 하니, 빛과 함께 보고 정하는 게 좋습니다.

활기차고 컬러풀한 공간에서 에너지를 얻는 분도 계시고, 아이가 어린 집은 차분함보다 밝고 즐거운 톤이 더 맞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미니멀'을 권하진 않습니다. 다만 어떤 방향이든, 색과 톤에 '기준' 하나를 세우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게 중요합니다. 기준 없이 좋아 보이는 걸 다 넣으면, 어떤 스타일이든 산만해지니까요. 그 기준은 취향과 가족을 봐야 정해져, 정답을 미리 드리긴 어렵습니다.

집 사진 몇 장만 들고 편하게 말씀 주세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 먼저 같이 짚어드리겠습니다. 견적은 그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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