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불편·예산·범위 세 가지를 정리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중 가장 어려워하시는 게 세 번째, 범위입니다.
"이왕 하는 거 다 할까요, 아니면 급한 데만 할까요?"
이 질문에 저는 평수나 연식으로 답하지 않습니다. 그 집의 불편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봅니다.
먼저, 세 가지 말이 헷갈리지 않게
현장에서 같은 말을 서로 다르게 쓰셔서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부분 시공 — 욕실만, 주방만, 도배·장판만. 특정 공간이나 공정만 손보는 겁니다.
전체(통) 인테리어 — 집 전체를 한 번에. 철거부터 마감까지 묶어서 진행합니다.
올수리 — 보통 구축에서 '거의 전체'를 새로 하는 걸 이렇게 부르십니다. 전체 인테리어와 겹치는 말입니다.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핵심은 '어디까지를 한 번에 묶느냐'고, 그 묶음을 정하는 기준이 따로 있다는 겁니다.
기준 하나 — 불편이 퍼져 있나, 몰려 있나
집을 둘러보며 제가 먼저 보는 건, 불편의 '분포'입니다.
거실은 어둡고, 주방 동선은 답답하고, 방마다 수납이 부족하고, 욕실은 낡았다 — 불편이 집 전체에 퍼져 있으면 부분만 손대도 결국 또 아쉬워집니다. 이런 집은 전체가 맞습니다.
반대로, 다른 곳은 멀쩡한데 욕실 하나가 유독 낡았다 — 불편이 한 곳에 몰려 있으면 거기만 손보는 게 맞습니다. 멀쩡한 곳까지 끌고 들어갈 이유가 없으니까요.
부분으로 충분한 집을 전체로 뒤집으시라고 저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건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버리는 쪽이거든요.
기준 둘 — '다시 못 여는 곳'이 끼어 있나
여기서 한 가지가 더 붙습니다.
부분만 하려는데, 그 안에 한 번 덮으면 다시 못 여는 곳이 끼어 있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욕실만 새로 한다고 합시다. 타일만 예쁘게 붙이면 끝일 것 같지만, 그 아래 방수가 수명을 다했다면 1~2년 뒤 아랫집 천장으로 물이 번질 수 있습니다.
배관·단열도 같습니다. 벽을 어차피 여는 김에 같이 봐야 할 것들이 있고, 그걸 빼고 마감만 덮으면 멀쩡해 보이다가 나중에 새로 한 곳을 다시 뜯게 됩니다.
그래서 '부분'이라도, 그 부분 안에 다시 못 여는 곳이 있으면 거기까지는 같이 가는 게 맞습니다. 구축에서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새로 할지는 별도의 기준이 있어, 그건 따로 한 편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갈립니다
같은 30평대라도 결정이 다릅니다.
이사 들어오며 분위기까지 통째로 바꾸고 싶으신 분, 외벽 쪽 결로·오래된 배관이 의심되는 구축 — 이런 경우는 전체로 가는 게 후회가 적습니다.
반대로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집인데 주방 동선만 답답하다 하시면, 주방만 손봐도 충분합니다. 멀쩡한 마루·창호까지 걷어낼 이유가 없으니까요.
평수와 연식이 같아도 답이 다른 건, 결국 그 집의 불편과 상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전체가 늘 정답은 아닙니다
전체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정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전체가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 멀쩡한 집을 다 뜯는 건 만족이 아니라 비용 낭비로 끝나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