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서 세 장을 나란히 놓고 가장 많이 하시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30평인데 왜 이렇게 다르죠? 비싼 데가 바가지인가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금액이 다른 건, 대개 '다른 걸 하겠다'는 뜻이거든요.
큰돈 쓰는 일에서 가장 불안한 게 바가지일 텐데, 그 불안은 가격을 깎아서가 아니라 '돈이 어디로 가는지'를 알 때 풀립니다.
인테리어 비용은 크게 세 곳으로 갑니다
복잡해 보여도, 돈이 가는 곳은 결국 셋입니다.
자재비. 마루·타일·도기·주방가구·조명 같은,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것들입니다. 등급 차이가 크고, 같은 '마루'여도 종류에 따라 단가가 몇 배씩 벌어집니다.
인건비(시공비). 철거공·설비공·목수·도배공·타일공의 손입니다. 인테리어 품질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갈리는데, 정작 눈에 안 보여서 가장 깎이기 쉬운 항목이기도 합니다.
숨은 공정. 철거, 전기·수도 설비, 단열, 방수처럼 마감 뒤로 사라지는 일들입니다. 완성 사진엔 안 나오지만, 여기서 아낀 돈은 대개 1~2년 뒤에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견적이 싼 집과 비싼 집의 차이는, 보통 자재 등급과 이 '숨은 공정'을 어디까지 잡았느냐에서 납니다.
견적서, 이 세 가지만 봐도 다릅니다
견적서를 받으면 총액부터 보게 되지만, 저는 거꾸로 보시길 권합니다.
하나, 항목이 쪼개져 있나. '인테리어 일식 ○○○만원'처럼 한 줄로 뭉뚱그린 견적은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철거·설비·목공·도배·타일·주방이 따로 적혀 있어야 무엇이 들어갔는지 보입니다.
둘, 자재의 '등급·모델'이 적혀 있나. 그냥 '강마루'가 아니라 어떤 제품인지, '타일'이 아니라 규격이 뭔지. 적혀 있어야 나중에 "이거 말 안 했잖아요"가 안 생깁니다.
셋, 빠진 공정이 없나. 싼 견적은 종종 철거·폐기물·설비·입주청소 같은 항목이 빠져 있습니다. 나중에 추가로 붙으면 결국 비슷해지거나 더 비싸집니다.
쪼개져 있고, 자재가 명시돼 있고, 빠진 게 없는 견적 — 금액이 조금 높아도 그게 비교 가능한 견적입니다.
왜 본문에 '평당 얼마'를 안 적느냐면
가격을 미리 알려드리지 않는 게 답답하실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평당 얼마라는 숫자는 거의 의미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같은 30평이어도 전체냐 부분이냐, 자재 등급이 어디까지냐, 구조를 바꾸느냐에 따라 총액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걸 평당 한 숫자로 못 박으면, 그게 오히려 거짓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가격은 본문에 적는 대신, 그 집을 보고 범위를 정한 뒤 안내드립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벌어집니다
같은 평수의 견적이 크게 차이 날 때, 열어보면 대개 이런 식입니다.
싼 쪽은 멀쩡한 곳을 살리고 마감 위주로, 비싼 쪽은 배관·단열까지 새로 잡는 전체 기준 — 둘은 사실 '다른 공사'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그 집 상태에 달려 있고요.
그래서 견적 비교의 핵심은 '누가 싼가'가 아니라 '같은 범위로 비교하고 있나'입니다. 범위가 다르면 금액 비교는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가장 싼 견적이 가장 비싸질 수도 있습니다
비용 이야기에서 한 가지는 꼭 짚고 싶습니다.
제일 싼 견적이 늘 이득은 아닙니다. 숨은 공정을 빼서 싸 보였다가, 공사 중에 하나씩 추가되면 결국 더 들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