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실 한쪽 벽 전체를 천장까지 닿는 밝은 오크 오픈 서재로 짜, 벽이 사라지고 깊이가 생겼습니다.
- 거실은 비우고, 방과 발코니 사이는 유리로 나눠 빛이 안쪽까지 흐르게 했습니다.
- 전체 시공의 격은 마감이 아니라, 타일 아래 방수·단열·배관 같은 보이지 않는 공정에서 갈립니다.
이문동 래미안, 40평대였습니다.
집을 처음 봤을 때 제 눈이 가장 먼저 멈춘 곳은 거실의 한쪽 벽이었는데요.
여기를, 어떻게 쓸 것인가.
대부분은 그냥 비워두거나, TV를 겁니다.
저는 다르게 봤습니다. 이 벽 하나가, 40평대 전체의 인상을 바꿀 수 있겠다고.
벽이 아니라, 서재였습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다섯 칸으로 나눈 밝은 오크 오픈 책장을 벽 전체에 짜 넣었습니다.
문 달린 수납장이 아닙니다. 일부러 열어뒀어요.
문을 달면 수납은 늘지만, 벽이 다시 '막힌 벽'이 됩니다. 열어두면 책과 물건이 그 집 사람의 결을 그대로 보여주죠.
가운데 한 칸만 슬라이딩으로 만들어, 감추고 싶은 건 뒤로 밀어 넣게 했습니다. 보여줄 건 보여주고, 감출 건 감추고.
오크 색은 흰 벽, 흰 천장과 부딪히지 않는 톤으로 골랐습니다. 너무 노랗지도, 너무 붉지도 않게.
벽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서재가 들어선 셈입니다. 이 집의 핵심은, 처음부터 이 한 벽이었습니다.
거실은, 비웠습니다
서재가 꽉 찬 만큼, 거실 본체는 거꾸로 비웠습니다.
벽엔 TV 하나. 바닥엔 밝은 오크 마루. 그 흔한 장식장도, 큰 등도 두지 않았습니다.
대신 천장을 보시면, 빛이 선으로 흐릅니다.
큰 등을 매다는 대신 천장 둘레를 따라 라인 간접조명을 깊게 묻었어요. 가운데는 매입등 몇 개로만 정리했고요. 밤이 되면 등이 보이는 게 아니라 빛만 남습니다.
넓은 집일수록 천장이 깨끗해야 더 넓어 보입니다. 면이 살아야 공간이 사는 거거든요.
집 안에서, 빛을 나눠 썼습니다
이 집을 관통하는 건 사실 '유리'였습니다.
거실과 안쪽 공간 사이, 방과 발코니 사이를 막힌 벽이 아니라 유리로 나눴습니다. 시선은 한 번 끊되, 빛은 그대로 통과하게요.
발코니 쪽에서 거실을 보면, 유리 너머로 안쪽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빛이 한 방에 갇히지 않고 옆으로 번지죠.
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침실 한쪽엔 안쪽으로 난 유리창을 두어, 닫혀 있어도 빛이 도는 방을 만들었습니다.
40평대라도 안쪽 방은 늘 어둡기 마련인데요. 빛을 '나눠 쓰면' 그 어둠이 줄어듭니다.
주방은, 오크와 화이트로 이었습니다
주방은 거실의 톤을 그대로 이었습니다.
상부장은 거실 서재와 같은 밝은 오크로, 하부장과 아일랜드는 화이트로. 두 색이 거실에서 주방까지 한 흐름으로 넘어갑니다.
상판은 흰 쿼츠 한 장으로 길게. 천장엔 거실과 똑같은 라인조명을 이어, 주방이 따로 노는 '살림 코너'가 아니라 거실의 연장이 되게 했습니다.
침실과 드레스 코너도 같은 규칙입니다. 붙박이장은 손잡이 없는 화이트로, 헤드보드만 오크로 짜서 바닥과 맞췄어요.
군더더기를 빼면, 남는 건 결국 공간 그 자체더라고요.
진짜는, 벽 뒤에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전체 리모델링에서 큰돈이 갈리는 곳은, 사실 사진에 잘 안 나오는 곳입니다.
욕실을 예로 들면요. 베이지 스톤 타일에 벽걸이 세면대, 거울장 아래 간접등까지 — 호텔 욕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건 마감입니다.
하지만 그 타일이 1년 뒤에도 들뜨지 않으려면, 붙이기 전에 방수가 제대로 잡혀 있어야 합니다.
벽에 매단 변기와 세면대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벽 속 보강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요.
이런 건 다 끝나고 나면 하나도 안 보입니다. 그래서 전체 시공은, 마감을 올리기 전이 더 중요합니다. 욕실 방수, 외벽 쪽 단열, 오래된 배관 — 보이지 않는 이 공정에서 집의 수명이 갈리거든요.
전체 시공의 격은, 마감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갈립니다.
이 집에서 끝까지 고민한 것
사실 거실 벽을 통째로 '열린 책장'으로 짜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문을 달면 수납은 더 늘고, 보기에도 깔끔합니다. 열린 책장은 늘 정리돼 있어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열어둔 건, 이 집의 거실이 '수납을 위한 방'이 아니라 '머무는 방'이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닫아둘 수납은 드레스 코너와 주방 키큰장에 충분히 넣었고요.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출지. 그 선을 어디에 그을지가, 이 집에서 가장 오래 붙들었던 고민이었습니다.
- Q. 40평대 전체 리모델링은 어디까지 하나요?
- 철거부터 단열·방수·배관 같은 기초 공정과 목공·도장·마루·조명 마감까지, 통으로 진행합니다. 부분 수리가 아니라 집 전체를 다시 짭니다.
- Q. 거실 벽을 다 책장으로 짜면 답답하지 않나요?
- 오히려 반대입니다. 문 없는 오픈형으로 짜고 색을 벽과 맞추면, 벽이 사라지고 깊이가 생깁니다. 이 집이 그 예입니다.
- Q. 안쪽 방이 어두운데 밝게 할 수 있나요?
- 벽 대신 유리로 공간을 나누면 빛이 옆으로 넘어옵니다. 이 집은 침실과 발코니에 실내 유리창을 두어 안쪽까지 빛이 돌게 했습니다.
- Q. 전체 리모델링은 얼마나 걸리나요?
- 부분 수리가 아니라 통으로 진행하면, 보통 8주에서 10주가 걸립니다. 집 전체를 다시 짜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개 이사를 비우고 진행하고요.
이 집이 이렇게 정리되기까지, 정답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 집에 맞는 답을 찾았을 뿐이에요. 이 집에선 그 답이 '벽 하나를 서재로', 그리고 '빛을 나눠 쓰는 것'이었고요.
혹시 지금 사시는 40평대가, 넓은데도 어딘가 답답하게 느껴지신다면. 벽 하나, 빛 하나만 다시 봐도 집은 꽤 달라집니다.
급히 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현장 사진들 더 보시고, '여기다' 싶으실 때 한 번 이야기 나눠도 늦지 않습니다.
급히 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현장 사진들 더 보시고, '여기다' 싶으실 때 한 번 이야기 나눠도 늦지 않습니다.
집 사진 몇 장만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어디부터 손대면 좋을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 먼저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