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과 방 사이 벽에 격자 실내창을 내, 안쪽까지 빛이 흐르게 했습니다.
- 오크 마루·세로 루버·화이트 붙박이장으로 정리하고, 욕실은 골드 한 줄로 포인트를 잡았습니다.
- 단독주택 전체 시공의 출발점은 마감이 아니라, 외벽 단열과 방수에서 갈립니다.
후암동, 단독주택이었습니다. 40평대.
아파트 현장을 보다가 단독주택에 들어서면, 제가 가장 먼저 살피는 건 빛입니다.
아파트는 한 면이 통창인 경우가 많은데요. 단독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방마다 창의 위치도, 크기도 제각각입니다. 안쪽으로 들어간 방은 햇빛이 잘 안 닿고요.
그래서 단독주택에서 빛을 다루는 건, 통창 하나로 끝나는 아파트와는 다른 일입니다.
이 집의 핵심은, 처음부터 빛이었습니다.
벽에, 창을 하나 더 냈습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방 안쪽 벽에 흰 격자 창이 하나 들어가 있는데요.
밖으로 난 창이 아닙니다. 방과 방 사이에 낸 실내창이에요.
안쪽 방이 어두우면, 옆 공간의 빛을 끌어와 나눠 쓰면 됩니다. 벽을 막는 대신 창을 내서요.
흰 프레임에 여러 칸으로 나눈 격자무늬로 골랐습니다. 단순한 통유리보다, 이 집의 분위기에 맞는다고 봤거든요.
벽 하나를 막힌 면으로 두느냐, 빛이 지나는 길로 두느냐. 단독주택에서는 이 판단이 집의 인상을 바꿉니다.
오크와 화이트, 그리고 결이 있는 나무
전체 마감은 크게 두 톤으로 정리했습니다. 따뜻한 오크 마루와 화이트 벽.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썼는데요. 세로로 골이 파인 나무, 흔히 루버라고 부르는 결 있는 목재입니다.
거실 한쪽 벽을 이 세로 결 나무로 마감하고, 같은 결을 낮은 굽도리(허리 높이 벽)로도 이어 붙였습니다.
> 세로로 골이 잡힌 오크 루버 벽. 평평한 벽보다 빛을 받으면 결마다 그림자가 생겨, 흰 벽 사이에서 면이 살아납니다.
바닥과 창가 쪽에는 단을 한 층 올린 나무 마루를 깔았습니다. 평평하게 두지 않고 높이에 변화를 준 거죠.
> 바닥 높이를 한 단 올린 평상형 마루. 단독주택은 천장고에 여유가 있어, 이렇게 단을 줘도 답답하지 않습니다.
문은 오크 톤으로 맞추고, 손잡이만 골드(황동) 레버로 통일했습니다.
천장에는 둥근 면조명 하나와 매입등, 그리고 둘레를 도는 간접조명을 넣었습니다. 밤이 되면 빛이 천장 가장자리에서 부드럽게 번지고요.
> 손잡이 없는 화이트 붙박이장이 벽 한 면을 가득 채웁니다. 천장 둘레 간접조명이 장 윗선을 따라 은은하게 떨어집니다.
옷방은, 두 가지 결로 나눴습니다
이 집에는 드레스룸이 두 곳 있는데요. 성격을 다르게 잡았습니다.
한 곳은 오크 톤 나무로 안쪽을 짜고, 행거와 선반, 코너 수납까지 짜 넣었습니다. 입구는 세로 결 나무 기둥으로 막아, 옷방이되 가구처럼 보이게 했고요.
> 오크 결을 살린 ㄷ자 수납. 행거 위로 간접조명을 숨겨, 안쪽까지 옷 색이 보이게 했습니다.
다른 한 곳은 전부 화이트 무손잡이로 짜고, 전신 거울을 세웠습니다. 천장 둘레 간접조명으로 옷 고를 때 그늘이 덜 지게 했고요.
> 양옆을 화이트 장으로 채우고 한쪽 면을 통거울로. 좁고 긴 공간이 거울 덕에 두 배로 펼쳐집니다.
같은 옷방이라도 한 곳은 따뜻하게, 한 곳은 정갈하게. 쓰는 사람이 둘로 나눠 쓸 수 있게 했습니다.
욕실은, 골드 한 줄로 잡았습니다
욕실은 흰 대형 타일(마블 무늬)로 벽과 바닥을 두르고, 포인트로 골드(황동)를 썼습니다.
수전, 수건걸이, 거울 테두리까지 골드 한 톤으로 맞췄고요.
> 욕조 뒷벽만 물방울 모양(아라베스크) 모자이크 타일로. 흰 마블 타일 사이에서 이 한 벽이 시선을 잡습니다. 바닥엔 일자 트렌치 배수구를 넣어 물 빠짐을 정리했습니다.
세면대는 벽에 붙는 벽걸이형으로 골라 바닥을 비웠고, 거울은 둥근 것과 타원형으로 공간마다 다르게 뒀습니다.
> 유리 한 장으로 물 쓰는 쪽과 안 쓰는 쪽을 나눴습니다. 세면대 앞은 늘 보송하게, 샤워 공간은 따로. 단독주택 욕실은 폭이 길어, 이 분리가 특히 잘 맞습니다.
진짜는, 벽 뒤에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단독주택 전체 리모델링에서 큰돈이 갈리는 곳은, 사실 사진에 안 나오는 곳입니다.
아파트와 가장 다른 지점이 여기예요. 단독은 위아래·옆이 다른 집이 아니라 바깥 공기와 바로 맞닿습니다.
그래서 단열과 결로가 아파트보다 훨씬 예민하고요. 욕실 방수도, 타일이 1년 뒤 들뜨지 않으려면 타일 붙이기 전 방수층이 제대로 잡혀 있어야 합니다.
벽걸이 세면대와 욕조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벽 속·바닥에 보강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요.
이런 건 다 끝나고 나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체 시공은, 마감을 올리기 전이 더 중요합니다. 욕실 방수, 단열, 오래된 배관 — 보이지 않는 이 공정에서 집의 수명이 갈리거든요. 특히 단독은 외벽과 바로 맞닿는 만큼, 단열과 결로를 먼저 잡고 그 위에 마감을 올립니다.
전체 시공의 격은, 마감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갈립니다.
이 집에서 끝까지 고민했던 것
사실 방과 방 사이에 실내창을 내는 건, 망설여지는 결정입니다.
벽을 그냥 막아두면 단열에도 유리하고, 옆방 소리도 덜 넘어옵니다. 수납장 하나를 더 붙일 수도 있고요. 창을 낸다는 건, 그 면적만큼 막힌 벽이 주는 안정감을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창을 낸 건, 이 집에서 가장 아쉬운 게 결국 '빛'이었기 때문입니다. 안쪽 방의 어둠을 한 번 더 견디느니, 옆 공간의 빛을 끌어와 나눠 쓰는 쪽을 택했습니다. 대신 단순한 통유리가 아니라 격자 프레임으로 짜서, 시선은 한 번 끊고 빛만 통과하게 했고요.
무엇을 막고 무엇을 통하게 둘지. 그 선을 어디에 그을지가, 이 집에서 가장 오래 붙들었던 고민이었습니다.
- Q. 단독주택 전체 리모델링은 어디까지 하나요?
- 철거부터 단열·결로·방수·배관 같은 기초 공정과 목공·도장·마루·조명 마감까지, 통으로 진행합니다. 특히 단독은 외벽과 바로 닿아 있어, 단열을 어떻게 잡느냐가 출발점입니다.
- Q.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단열이 더 어렵나요?
- 구조상 외부 공기와 맞닿는 면이 많아 결로·곰팡이에 더 신경 써야 합니다. 그래서 마감보다 그 아래 단열·방수를 먼저 봅니다. 외벽과 맞닿는 면을 어떻게 잡느냐가, 단독 전체 시공의 출발점입니다.
- Q. 살면서 시공이 가능한가요?
- 단독 전체 리모델링은 보통 집을 비우고 진행합니다. 부분 수리가 아니라 통으로 진행하면 보통 8주에서 10주가 걸리는데, 집 전체를 다시 짜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용산구 후암동 단독주택, 이렇게 정리되기까지 정답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 집에 맞는 답을 찾았을 뿐이에요. 어두운 방엔 빛을, 긴 욕실엔 유리 한 장을.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같은 평형이어도 집마다 구조가 다 다릅니다. 그래서 정해진 공식보다 그 집을 먼저 읽어야 하고요.
지금 사시는 단독주택이 어딘가 어둡거나 추웠다면, 그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단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급히 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현장 사진들 더 보시고, '여기다' 싶으실 때 한 번 이야기 나눠도 늦지 않습니다.
급히 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현장 사진들 더 보시고, '여기다' 싶으실 때 한 번 이야기 나눠도 늦지 않습니다.
집 사진 몇 장만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어디부터 손대면 좋을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 먼저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