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힌 벽을 다 허물고, 나무 기둥 여덟 개로 만든 원목 간살 파티션 한 줄만 남겼습니다.
- 화이트와 월넛 두 톤으로만 정리하고, 복도 바닥 간접조명으로 빛의 방향을 다양하게 했습니다.
- 안방욕실은 구조부터 다시 짰습니다 — 배관 위치를 새로 잡아야 하는 공사라, 방수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습니다.
방을 나누는 데, 벽이 꼭 필요한 건 아니더라고요.
중구 신당동 신당 푸르지오, 41평이었습니다. 이 집에서 저희가 새로 세운 '벽'은, 두께 5cm짜리 나무 기둥 여덟 개가 전부였는데요.
나머지는 다 허물었습니다.
발코니를 끼고 있던 면은 전부 확장했고요. 현장설명대로 하면 '올확장형'. 거실, 주방, 방까지 막고 있던 경계를 걷어내고 나니, 40평대가 한 덩어리로 트였습니다.
처음 이 집에 들어섰을 땐, 이랬습니다.
창틀도 문틀도 짙은 체리색 나무, 바닥엔 파켓 마루. 현관은 검정 대리석 바닥에 녹색 발판이 깔려 있었고, 발코니 벽엔 낡은 접이식 빨래건조대가 걸려 있었어요.
저는 이 어두운 색부터 통째로 비우기로 했습니다.
이 집의 핵심은, 벽이 아니라 '나눔'이었습니다
비포부터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원래 이 집은, 짙은 체리색 나무로 둘러싸인 집이었어요. 창틀도 문틀도 다 진한 갈색이었고, 바닥은 어두운 돌 타일. 발코니 새시 위로 낡은 빨래 건조대가 걸려 있었습니다.
색이 어두우면, 같은 평수도 좁고 답답해 보입니다. 나무 톤이 오래되면 더 그렇고요.
그래서 저는 두 가지를 정했습니다. 색을 통째로 비울 것. 그리고 막힌 벽을 허물되, 공간이 너무 휑하지 않게 '느슨한 경계' 하나만 남길 것.
그 경계가, 원목 간살 파티션이었습니다.
나무 한 줄이 방을 나누는 방식
천장부터 바닥까지, 세로로 길게 세운 월넛 톤 간살.
막힌 벽이 아닙니다. 기둥과 기둥 사이가 비어 있어서, 빛도 시선도 그 사이로 통과합니다.
이게 왜 좋으냐면요. 막힌 벽을 세우면 공간은 나뉘지만, 다시 답답해집니다. 트인 거실을 일부러 만들어놓고 벽으로 다시 막는 셈이거든요.
간살은 다릅니다. "여기서부터 저쪽은 다른 공간이에요" 하는 신호만 주고, 정작 시야는 막지 않습니다.
나누되, 가두지 않는다.
이 집의 핵심은 처음부터 이 한 줄이었습니다.
화이트와 원목, 딱 두 톤으로
전체 마감은 두 색으로만 정리했습니다. 흰색과, 월넛 원목.
40평대는 색을 많이 쓰면 무거워집니다. 면이 넓으니까요.
그래서 벽지와 천장, 붙박이장은 전부 화이트로 비웠습니다. 손잡이 없는 매끈한 흰 장으로요. 거기에 나무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만 — 간살, 주방 가벽, 데스크 — 월넛을 짚어줬습니다.
주방 쪽에는 월넛 결의 키 큰 수납벽을 짜고, 그 안에 작은 데스크 한 자리를 파 넣었습니다. 냉장고 같은 키 큰 가전 두 대가 들어갈 자리도 같은 결로 맞췄고요.
흰 면이 넓게 비워지고, 나무는 꼭 필요한 곳에만. 그래서 넓이가 더 살아납니다.
조명은, 천장이 아니라 바닥에서도 켜집니다
이 집에서 빛을 다룬 방식도 한 가지 짚고 싶은데요.
천장에는 큰 등을 매달지 않았습니다. 매입등 몇 개와, 천장 둘레를 따라 도는 가는 라인 조명. 시스템 에어컨도 천장에 매립해서 면을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그리고 복도 한쪽, 바닥에서 한 뼘 올라온 자리에 긴 간접등 박스를 넣었습니다. 밤에 불을 줄이면, 이 빛이 벽 아래를 부드럽게 밀어 올립니다.
빛이 위에서만 떨어지지 않고, 아래에서도 번지면. 같은 공간이 훨씬 깊어 보입니다.
안방욕실은, 구조부터 다시 짰습니다
여기까지는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전체 리모델링에서 큰돈이 갈리는 곳은, 사실 사진에 잘 안 나옵니다.
이 집 안방욕실은 구조를 변경했습니다. 위치만 바꾼 게 아니라, 들어가는 자리부터 다시 잡았어요.
이동식 프리스탠딩 욕조를 놓고, 수전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스탠딩 타입으로. 벽에는 베이지 스톤 타일을 둘렀고, 타원형 거울 뒤로 간접등을 숨겼습니다. 벽을 파서 만든 매입 선반에 수건을 올리게 했고요.
이런 욕실이 1년 뒤에도 멀쩡하려면, 타일을 붙이기 전에 방수가 제대로 잡혀 있어야 합니다. 프리스탠딩 욕조와 스탠딩 수전은 바닥 배관 위치를 새로 잡아야 하고요. 구조를 바꿨다는 건, 그 아래 배관과 방수를 전부 다시 만졌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전체 시공은, 마감을 올리기 전이 더 중요합니다. 욕실 방수, 단열, 오래된 배관 — 보이지 않는 이 공정에서 집의 수명이 갈리거든요.
전체 시공의 격은, 마감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갈립니다.
이 집에서 끝까지 고민했던 것
사실 벽을 다 허문 집에 간살 한 줄만 남기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막힌 벽을 세우면 공간이 확실하게 나뉩니다. 보기에도 정리돼 보이고, 소리도 가려지고요. 간살은 그걸 다 포기하는 선택입니다. 시야가 트이는 만큼, 저쪽이 다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나무 한 줄만 남긴 건, 이 집이 모처럼 한 덩어리로 트인 집이었기 때문입니다. 벽을 다 허물어 얻은 그 넓이를, 다시 벽으로 잘라내고 싶지 않았어요. 가두지 않는 대신 경계의 신호만 남기는 것 — 무엇을 막고 무엇을 열어둘지, 그 선을 어디에 그을지가 이 집에서 가장 오래 붙들었던 고민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집처럼 벽을 다 허무는 올확장이, 모든 집에서 되는 건 아닙니다.
구조상 건드리면 안 되는 벽이 있고, 확장을 하면 단열·결로를 더 꼼꼼히 잡아야 하는 면도 생깁니다. 저희가 "여기는 트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경우도 있어요.
구조상 안 되는 건, 안 됩니다. 그건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편이 낫더라고요.
- Q. 신당동 40평대도 벽을 다 허물고 올확장이 가능한가요?
- 가능한 집도 있고, 일부만 되는 집도 있습니다. 발코니 확장과 내벽 철거는 구조·세대 규약에 따라 갈리기 때문에, 현장에서 평면을 보고 판단합니다. 이 신당 푸르지오 현장은 올확장으로 진행했습니다.
- Q. 간살 파티션으로 나누면 냉난방이 새지 않나요?
- 간살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나누는 장치라, 완전히 막는 벽과는 다릅니다. 냉난방을 따로 가둬야 하는 공간이라면 문이나 벽이 맞고, 거실처럼 한 덩어리로 쓰는 곳에 어울립니다. 이 집은 후자였습니다.
- Q. 40평대 전체 리모델링은 어디까지 하나요?
- 철거부터 확장·단열·방수·배관 같은 기초 공정과 창호·목공·도장·마루·조명 마감까지, 통으로 진행합니다. 부분 수리가 아니라 집 전체를 다시 짭니다.
- Q. 전체 리모델링은 얼마나 걸리나요?
- 부분 수리가 아니라 통으로 진행하면, 보통 8주에서 10주가 걸립니다. 집 전체를 다시 짜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개 이사를 비우고 진행하고요.
이 집이 이렇게 정리되기까지, 정답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 집에 맞는 답을 찾았을 뿐이에요. 이 집은 '나누되 가두지 않는' 게 답이었고요.
혹시 지금 사시는 40평대가, 넓은데도 벽 때문에 답답하게 느껴지신다면. 그 벽을 꼭 허물지 않더라도, 무엇으로 나눌지부터 다시 보면 집은 꽤 달라집니다.
급히 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현장 사진들 더 보시고, '여기다' 싶으실 때 한 번 이야기 나눠도 늦지 않습니다.
급히 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현장 사진들 더 보시고, '여기다' 싶으실 때 한 번 이야기 나눠도 늦지 않습니다.
집 사진 몇 장만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어디부터 손대면 좋을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 먼저 말씀드릴게요.